“동물원이 다 똑같지 않나요?”
우리는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혹은 아이들의 현장 체험 학습 장소로 흔히 동물원을 방문합니다. 오늘은 공영 동물원과 민간 동물원의 가장 큰 차이점을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이 공간은, 사실 그 운영 주체와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고, 유지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대표적인 구분이 바로 ‘공영 동물원’과 ‘민간 동물원’입니다.
두 유형은 겉보기엔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설립 배경부터 운영 철학, 예산 구조까지 많은 부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글에서는 공영 동물원과 민간 동물원의 본질적인 차이를 세 가지 측면(설립과 운영 목적, 예산 구조, 운영 방식)에서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설립 주체와 운영 목적의 뚜렷한 차이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누가 만들고 누가 운영하느냐'에 있습니다.
공영 동물원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동물원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공원(서울특별시청 소속), 대전오월드(대전도시공사 운영), 부산어린이대공원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관들은 대부분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며, 교육과 자연 보전, 시민의 여가 활용을 주요 기능으로 삼습니다.
반면, 민간 동물원은 기업, 민간 법인, 또는 개인이 운영하는 동물원을 뜻합니다. 대표 사례로는 에버랜드(삼성 계열사 운영), 주렁주렁(프랜차이즈형 실내 동물원), 그리고 다양한 테마파크형 동물 체험 공간이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수익 창출을 1차 목표로 하며, 관람객 수를 극대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따라서 공영 동물원은 공공 서비스로서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고, 민간 동물원은 방문객의 만족도, 마케팅, 흥행 요소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공원은 멸종 위기종 보전 프로그램이나 생태 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는 반면, 민간 동물원은 '귀여운 동물 체험', '포토존', '이색 콘텐츠' 등 상업적 재미 요소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산 구조: 세금으로 유지되는 공영, 자립하는 민간
두 번째 큰 차이는 바로 ‘예산 구조’입니다.
공영 동물원은 지방자치단체나 국가의 예산 지원을 받습니다. 서울대공원의 경우, 연간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시의 예산으로 충당하며, 일부는 입장료, 주차료, 부대사업 수익 등으로 보완합니다. 이는 곧, 시민들의 세금이 동물원 운영에 직접적으로 투입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공영 동물원은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을 더 중시합니다.
입장료가 비교적 저렴하거나, 특정 계층(장애인, 다자녀 가족 등)에게는 무료로 개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예산의 집행에는 행정적 절차가 필수적이며, 투명성과 책임성이 요구됩니다.
반대로, 민간 동물원은 정부 예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익으로 운영됩니다. 수익의 주요 원천은 입장료, 굿즈 및 식음료 판매, 유료 체험 프로그램, 기업 협찬 등입니다. 이로 인해 입장료는 상대적으로 높고, 유료 부대시설이 많으며, 관람 동선도 소비 유도 중심으로 설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간 동물원은 빠른 의사결정과 기획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익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윤리적 운영’이나 ‘복지 수준 유지’에는 다소 기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계절에 따라 축소 운영되거나, 동물 종의 수가 들쭉날쭉 변동하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운영 방식과 철학: 공공성 vs 민첩성
공영 동물원은 행정기관 산하에 있다 보니, 운영 결정이 비교적 느리지만 안정적입니다. 사육사나 직원은 지방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직원으로 채용되며, 전문성과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기반으로 동물 복지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멸종위기종에 대한 국제적 협력, 유전자 관리, 학술연구 등은 공영 동물원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부분입니다. 서울대공원은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와 연계해 국제적 보전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반면 민간 동물원은 운영 구조가 유연하고, 고객 피드백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신속한 콘텐츠 기획, 마케팅, 시설 개선 등이 민간 동물원의 경쟁력이죠.
하지만, 동물 복지 기준이나 사육 환경은 사업주 또는 기업 정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일부 동물원에서 ‘열악한 환경’ 혹은 ‘관람객 중심의 과도한 접촉 체험’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최근에는 민간 동물원 중에서도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지며 국제 기준에 부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제도적 장치는 부족한 상황이며, 공영 동물원에 비해 체계적인 감시나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공영 동물원과 민간 동물원은 각각 고유한 장점과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동물원의 정체성과 목적을 이해하고, 윤리적 소비자로서의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나들이일지라도, 그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를 알면, 우리가 보는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더 책임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동물원을 방문할 때,
그 동물원이 ‘누구의 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